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의 시장 변화
우선 오늘날 우리가 왜 ERP에 모든 관심과 논의를 집중하고 있는지 그 출발점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ERP를 도입하여 경영혁신을 추구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들이 제대로 된 ERP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모든 결과에는 그 원인행위가 있기 마련이다.
오늘날 우리 기업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영혁신의 최적 대안으로 ERP를 선택하려 할 때 ERP가 탄생된 출발배경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그 기업은 이미 ERP구축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에 접어들고 있는 오늘날의 시점에서 본다면 지난 세기는 공업화의 부흥기였다.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은 대량생산과 이를 위한 고도의 분업화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생산력은 폭발적으로 증대되었고 물질적 풍요를 우리에게 가져왔다.
항상 수요는 있었고 공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많이 생산해 낼 수 있는가가 최대 관심사였고, 소비자는 기업이 생산해내는 가치를 소비만하면 되는 시기였다. 따라서 당연히 시장은 공급자 위주의 획일화 된 규격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만 하면 되었다.
기업은 하나라도 더 많이 생산해 내기 위해 기업 내부의 생산활동을 단순화하고 전문화하여 반복,대량,저가화로 승부를 걸었고 이에 적합하게 기업 조직 및 모든 프로세스들을 맞추어 나갔다.
하지만 이를 통해 실현된 물질적 풍요는 인간 의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제 소비자는 더 이상 획일화 된 규격품에 만족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날의 소비자의 욕구는 획일화에서 다양성과 개성을 중시하게 되었고, 단순한 욕구에서 보다 복잡하고 고도화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 오늘날의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신상품이 출현하며, 소비자도 세분화되고 그에 따라 마케팅 방법도 달라져야 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이미 우리는 지난 세기 말에 이러한 현상을 사회 곳곳에서 피부적으로 느껴왔고, 외국의 선진국들은 우리보다도 훨씬 앞서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체계를 구축해 나갔다. 시장이 변한 것이다. 공급자의 논리가 통용되던 곳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당연히 과거의 경영방식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더 이상 대량생산과 이를 위한 모든 경영기법들은 폐기처분 되어야 하는 시점에 온 것이다. 기업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시장은 이미 소멸해 버렸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 알아가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과거 공급자 위주의 공업화시대에 추앙 받았던 일처리 방식과 경영 프로세스들이 오늘날 소비자 중심의 시장 원리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로 전면적으로 재검토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음을 이해해 가고 있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자 애쓰고 있다.
따라서 사업분야의 전략적 제고에서부터 조직과 인력의 재정비작업까지 전면적인 PI(Process Innovation)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자 이러한 시장의 변화와 이에 따른 기업의 생존 전략의 중심에 바로 ERP가 있게 된다.
ERP는 단순히 업무를 보조하는 전산 소프트웨어와는 다르다. 오늘날 기업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생존해 가기 위하여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될 프로세스 혁신의 구체적인 기술과 도구는 바로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일 수밖에 없으며, 이런 정보기술로서 재편된 기업의 변화된 업무 프로세스의 구체적인 형태가 바로 ERP라고 볼 수 있다.
왜 ERP 가 경영혁신의 유일한 도구인가?
우리 기업들의 정보화 목표들이 어떠한 변화를 겪어왔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사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정보화라 할 때에는 아직까지도 그 투자비용과 효과면에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된다. 이제까지 정보화를 진행해 오면서 얻었던 효과도 미미할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당장 측정할 수 있는 가시화된 지표를 얻기도 힘들고, 나아가 정보화에 얼마만큼의 비용을 투자해야 적절한지에 대하여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늘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정보기술과 컴퓨팅 파워들은 그 내재 가치를 따진다면 공기나 물보다 더 저렴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다. 물론 그 내재 가치를 고도로 사용할 수 있느냐는 도입 기업마다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내가 악필이라고 해서 사용하고 있는 붓을 탓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아무튼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시장에서 기업이 살아 남느냐, 아니면 몰락할 것이냐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바로 정보기술의 활용도라 할때, 개별 기업에게 남게 되는 숙제는 그 내재가치를 어떻게 십분 활용할 것인가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된다.
아무리 적은 예산을 들여도 전혀 활용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낭비이며, 아무리 많은 자금을 들여도 그 이상의 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결코 비싼 게 아니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정보기술은 쓰는 사람에 따라서 독이 되기도 하고 보약이 되기도 한다고 볼 수 있다.
아래 <그림 1> 에 기업 정보화의 목표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그림 1> 기업 정보화의 목표 변화
정보기술이 기업 업무에 처음 적용되던 시기에는 그 동안 사람이 수행하던 단순 반복적이고 관리적인 업무를 컴퓨팅 파워를 이용하여 해결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예를 들어 경리상의 각종 장부정리 등의 단순 작업들을 소프트웨어를 통하여 순식간에 처리하게 되는 것 등을 들 수 있겠는데 그 동안 사람이 함으로써 오랜 시간이 소요되거나, 실수로 인한 부정확성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업무 개선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단순히 Bookkeeping(장부 이기)정도의 차원에서 더 나아가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등 각종 물자관리를 합리화하고 이를 통해 원가절감 등의 효과를 추구하는 MRP의 단계로 발전하게 되는데 사람이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는 복잡한 수리 연산 및 그 계산 능력은 정보화의 충분한 매력이었다.
하지만 이때까지의 정보화는 그 개념이 사람이 하던 일을 보조하게 하는 수단으로 정보기술을 활용하는 차원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는 사람이 손으로 땅을 파는 것이 아니라 포크레인을 활용하게 되는 경우와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위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ERP로 넘어오게 되면서부터는 정보기술의 활용도 측면이 질적으로 달라진다.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도 보다 복잡하고 섬세해지게 되고 나아가 정보기술의 발전정도가 고도화됨으로써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일들도 정보기술을 통하여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ERP로 오게 되면서부터 단순 장부 이기나 생산에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원자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자금, 인력, 생산설비, 정보, 심지어 시장에 존재하는 고객 자원까지도 복합적으로 생산자원화하여 관리하게 될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실행 결과를 분석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실행해 보지도 않은 기업 활동의 결과를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해 보면서 최적해법을 도출할 수 있게 되는 등 그 적용 영역이 비약적으로 확장됨으로써 이제는 사람만으로는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게 된 기업의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정보기술을 이용해 전방위에 걸쳐 조직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정보기술은 사람이 하던 활동을 단순 보조하는 수단에서 탈피하여 사람만으로는 수행이 도저히 불가능한 업무 영역에까지 확장됨으로써 기업 경영 활동을 더욱 고도화하게 되고 정보기술을 얼마만큼 활용할 수 있느냐가 곧 그 기업의 경쟁력을 측정하는 기준이 될 정도로 그 영향력을 확장함으로써 그 자체가 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핵심 요소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런 정보기술의 개념변화를 고려해 볼 때 오늘날 정보기술의 가장 값진 열매라고 말할 수 있는 ERP는 과거의 전산 소프트웨어와는 전혀 다르게 된다. 사람을 보조하는 차원의 소프트웨어와, 정보기술 그 자체가 사람을 대신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ERP는 그 영향력이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과거에는 사람이 모든 일을 한다는 전제하에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고 이를 좀 더 보강하는 측면으로 전산화를 추구해 왔고 이것이 시장과 소비자의 의식변화를 비롯한 외부의 경영환경 변화를 거치면서 그 한계를 드러냈다면,
ERP는 아예 업무 프로세스부터 정보기술을 중심에 놓고 사람을 비롯한 모든 자원을 재배치함으로써 새 판을 짜자는 것이다.
이렇게 시장 구도의 변화 속에 새로운 경영구도와 이에 맞는 업무 프로세스의 정비가 요구되는 기업과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정보기술의 발전이 만나는 교점에 바로 ERP가 있게 된다.
ERP도입에 실패하는 이유
어떻게 해야 ERP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왜 많은 기업들이 ERP를 도입하면서 난관에 봉착하게 되고 극단적으로는 오랜 노력과 시간, 자금, 인력을 투입하고도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실패하게 되는지 그 요인들을 짚어보자.
대부분의 실패하는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도출되고 있는 요소들은 우리도 당할 수 있는 함정일 수가 있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사전에 이 함정들을 피해 갈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ERP도입을 고려하는 모든 기업들이 한번쯤 신중히 판단해 보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1. 잘못된 개념에서 출발
위에서 언급했듯이 ERP는 과거의 전산소프트웨어와는 질적으로 틀리게 됨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의 실무자들은 패키지를 이용한 새로운 전산화 방법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과연 패키지를 가지고 우리 업무를 통합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까지 증폭된다.
이렇게 되면 ERP를 도입하여 얻고자 하는 목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ERP는 단순히 현재 존재하는 업무 자체를 보조하기 위해 도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나중에 이야기 하겠지만 기업에 따라서는 ERP구축의 목표가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또한 도입하는 기업에서 ERP의 사상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것인가의 수위 조절은 있을 수 있어도 현행 업무를 단순히 보조하는 차원에서 전산화하겠다는 관점에서는 벗어나야 성공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과거와 달라질 것이 하나도 없게 된다.
2. 목표 설정상의 오류
출발부터 잘못된 개념의 영향이기는 하겠지만 ERP도입시 전사적인 경영 혁신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전산부서 내지는 실무부서의 담당자들 수준에서 업무용 소프트웨어 하나를 도입한다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 시스템 구축이야 끝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효과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용자의 호응도 문제겠지만, 현재 기업이 처해 있는 근원적인 문제 해결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3.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부진
도입된 ERP시스템을 사용하게 될 주체는 기업내의 구성원이지 도입 담당자 몇몇이 아니다. 잘못된 개념에서 출발하거나 목표 설정상의 오류가 있게 되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내기는 요원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간부들이 무관심할 경우에는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는 것이 좋다. 현재 간부들이 무관심하다면 ERP 시스템을 검토하기 전에 그들로부터 광범위한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작업부터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ERP를 구축하게 되면 근본적으로 업무 프로세스가 변화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실무현장의 조직적인 반발과 거부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자명하다.
4. 확고하지 못한 추진 주체
ERP를 구축하게 되는 기간동안에는 사실 도입 기업의 ERP추진 주체야말로 도입 후 기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주위 방관자들의 불필요한 간섭과 견제를 배제할 수 있는 파워가 필요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ERP구축은 Top_Down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다. 또한 ERP구축에 참여하는 사람들 또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그 조직내 최고의 엘리트들로 구성되어야 배가 산으로 가지 않게 된다.
ERP를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하지 말라
사실 ERP도 마지막 결과물은 소프트웨어로서 제공되기 때문에 넓게 보면 소프트웨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좀 과장을 해서라도 소프트웨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아직 우리들이 과거의 전산화에 대한 견해와 한계를 완전히 세척해 내지 못하고 있고, 그로 인해 ERP검토에 있어서 많은 장애물을 스스로 오밀조밀 쳐놓고 있기 때문이다.
ERP는 정보기술이 사람을 보조하는 소극적인 개념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적극적인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정보기술(즉, 소프트웨어)로 기업내의 모든 조직 및 업무 프로세스를 재편한다는 전제하에 구축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해 보자. 사람이 일을 할 때는 꼭 필요했던 일들이 ERP를 도입하게 되면 전혀 필요 없어 지는 경우가 있다. 일례로 경리부서의 직원은 매일매일의 회계전표를 발행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하지만 ERP를 도입하게 된다면 각 해당 부서에서 업무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모든 회계처리 사항들은 자동으로 반영되어 무전표 시스템이 가능해 지게 된다.
과연 경리직원이 전산시스템이 도입된 후에도 과거처럼 전표 작성 작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반대로 사람이 일을 할 때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ERP를 도입하게 되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 되어 업무처리의 깊이가 심화될 수도 있다.
ERP의 핵심 개념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계획 기능(APO: Advanced Planning Optimizer)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될 수 있는데 ERP에서는 제품을 생산도 해보기 전에 미리 예측하여 몇 개를 생산해 내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생산 자원이 필요하게 되는지 어떤 생산 라인에 과부하가 발생하는지,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과 의사결정이 가장 효율적인지 하는 등의 고난도의 업무처리가 가능하게 된다.
이를 만약 사람이 수행하게 된다면 그 정확성은 둘째 치고 아마도 기업이 이미 문을 닫은 이후에나 그 결과가 나올까? 오늘날처럼 초스피드가 요구되는 경영환경에서는 이러한 일들을 사람이 일일이 수행하는 것은 답이 될 수 없다. 그 외에도 사람이 일을 할 때는 필요 없었던 일들이 ERP를 도입하니까 새로 생겨나는 그런 일도 있게 된다.
요약하자면 과거에 전산화하듯 우리 업무에 맞추어가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필요하다면 업무 자체를 혁신해서라도 최적의 프로세스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더 부연하자면 현재 비만한 몸에 맞는 옷을 골라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늘씬한 몸에 맞는 옷을 보면서 내 몸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맞출 수 있도록 다이어트 할 것인가가 주라는 말이다.
이말을 다시 뒤집으면 무엇일까? 바로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경영혁신’이라는 ERP의 사상에 충실하라는 말이 된다.
ERP도입 목적을 명확히 정립하라
우리나라에서 ERP에 대하여 소개되고 있는 책자들은 모두가 외국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게다가 초기 ERP를 도입했던 대규모 기업을 대상으로 정리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중견,중소기업의 실정에서는 거리가 먼 내용도 많다.
ERP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는 벤더들도 양극화가 되어 있다. 한마디로 과거의 Bookkeeping수준의 업무용 소프트웨어 제품을 시장 조류에 편승(?)하여 이름표만 갈아치운 제품들이 있는 반면에 초기 ERP에 대한 수요를 독점하고 있었던 대규모 기업의 구축 경험에 입각한 거창한 기준을 제시하는 벤더도 있다.
이 경우 최상의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맞는 말이겠지만 그 기준대로 ERP를 이해하고 도입하려고 할 때 과연 우리나라 기업의 몇 %가 수긍할 수 있을까? 그 취지와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그림의 떡이 아닌가?
여기에서 이론을 우리의 실정에 맞게 재해석하는 지혜가 필요하게 된다.
가장 최상의 수준은 프로세스 혁신(PI: Process Innovation)이다. 정보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Input이 있으면 정의되어 있는 처리절차를 거쳐 Output을 생산해 낸다. 이 말은 정확한 자료가 Input되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쓰레기가 들어가면 그 결과도 그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말도 된다.
따라서 현행 프로세스의 개선과 통합, 선진 모델의 도입을 통한 경영의 혁신, 사람이 하지 못했던 일들을 정보기술을 통해 고도화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의 획기적 개선을 원한다면 적어도 쓰레기가 정보시스템으로 흘러 들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마지막 Output이 기업이 원하는 목적에 부합한다면, 이제까지의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는 과감히 뜯어 고쳐져야 한다.
이럴때 비로서 ERP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라는 차원을 넘어 경영 혁신의 도구이자 유일한 방법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며 사람의 보조적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무기가 되는 것이다.
이 말은 업무가 고도로 분업화되어 있고 프로세스가 복잡한 대기업의 경우에는 소프트웨어 그 자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혁신,통합된 업무 프로세스, 그리하여 고객의 요구에 신속히 부응할 수 있는 전략체계가 주가 되고 그럴 때 비로서 ERP를 도입한 효과가 있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우를 보자. 중소기업은 업무가 분화되어 있기 보다는 집중되어 있는 구조가 많다. 한 사람이 여러 분야의 일을 처리하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업무를 더 분업화 시켜야지 통합해야 할 단계는 아니다. 또한 대기업들처럼 업무처리 구조가 복잡하지도 않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업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통합하고 부서를 통폐합하는 프로세스 혁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프로세스와 조직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다면 ERP패키지에 반영되어 있는 표준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관리체계의 흐름을 개선하고 업무 흐름을 자동화함으로써 일의 주체인 조직원들이 보다 생산적인 직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아직 전산화의 경험도 전혀 없는 기업이라면 장부기록 및 문서의 체계를 정립하고 축적된 데이터로 분석과 경영 평가를 하는데 1차적인 목표를 두는 것이 더 현실적인 목표일수도 있다.
결국 한번에 달려가야 더 효과적인지, 몇 단계로 나누어가야 적절한 것인지를 도달하고자 하는 최상의 목표를 기준으로 기업 실정에 맞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살박이 어린 자식에게 아버지가 입는 양복을 입혀 놓게 되면 몇 걸음 못 가서 옷에 걸려 넘어져 무릎팍 깨지는 수 밖에 별 도리가 없지 않을까?
더구나 프로세스 혁신을 위한 컨설팅 비용은 아직 중소기업에게는 터무니 없이 비싸다. 대기업은 비싼 만큼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를 지불할 용이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중소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에 있어서는 대가만큼의 반대급부는 없다고 볼수도 있다.
요지는 각 기업 실정에 맞는 도입의 목적 및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명확히 설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솔루션은 적어도 앞에서 설명한 ERP의 사상과 관점을 모두 수용한 솔루션이어야 하며, 최종 목표를 달성해가기 위한 확장성이 보장되어 있어야 한다.